학생들과 함께 오사카성으로 간 것은 일본의 스루가항에 기항한 지 사흘째 되던 날이었다. 스루가에서 메이신고속도로를 달려 세 시간 만에 오사카의 명승인 오사카성공원에 당도할 수 있었다. 작년 7월 칙코중학교와의 교류 행사로 오사카에 와서 오사카성을 관람했었다. 오사카성으로의 걸음은 두 번째가 되는 셈이다. 오사카성은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천하 통일의 근거지로 삼기 위해 1583년부터 약 15년 동안 축성한 것으로 나고야성, 구마모토성과 더불어 일본 3대 성 가운데 하나로 손꼽힌다.  성 주변에 우치보리와 소토보리라고 하는 해자를 둘러 파놓아 적군이 쉽게 건너오지 못하도록 하고 견고한 바위로 성벽을 쌓아 올려 난공불락의 요새로 만들었다. 그러나 이 성도 히데요시가 사망한 후 17년이 지나 벌어진 오사카 여름 전투에서 불타게 된다. 그 후 1620년부터 대규모 개축공사를 개시하여 10년 뒤인 1629년에 완성되었지만, 불과 36년 후에 번개를 맞아 천수각이 다시 불탄다. 이후에도 성의 중심 건축물인 천수각은 재건되지 않고 있다가 막부 말기에 이르러 초닌(상인, 장인들)들이 돈을 거둬 오테문 문과 다몬 망루의 재건을 비롯해 대규모 개축 공사를 벌인다. 메이지 유신동란 때 다시 많은 건물이 불에 타서 소멸되었다가 1931년 오사카 시민의 열의에 의해 철근 콘크리트로 지상 55m의 천수각이 재건된다. 2차 대전 후인 1948년 사적공원으로서 재출발하여 이듬해에 천수각이 일반에 개방되어 오늘에 이른 것이다.   찬란한 황금빛을 뿜으며 8층으로 우뚝 솟아 있는 천수각의 위용과 함께 1250그루의 매화나무와 4500그루의 벚나무로 조경한 경내의 풍경은 철마다 다른 절경을 자아낸다고 한다. 지금은 싱그러운 녹음 이 천수각의 금빛과 어울려 아름다운 풍경을 이루고 있다. 거대한 바위를 다듬어 쌓은 성벽 아래로 흐르는 해자도 성의 풍경을 담으며 또 하나의 아름다운 그림을 연출하고 있다. 커다란 돌을 종이 자르듯 잘라 맞추어 성을 쌓은 것이 놀랍고도 인상적이다. 천수각으로 들었다. 5층까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 8층 전망대로 먼저 간다. 성 주변엔 숲이 우거져 싱그러운 풍경을 이루고 있지만 시가지는 빌딩의 숲이다. 높고 낮은 빌딩이 수풀처럼 임립해 있다. 지금의 천수각은 토요토미 히데요시에 관한 종합 전시관이라 할 수 있다. 내려오는 계단과 올라가는 계단이 따로 있다. 내려오면서 전시물을 둘러본다. 7층부터 3층에 이르기까지 토요토미 히데요시의 생애를 중심으로 한 그가 살았던 시대 상황, 전투 모습 등이 병풍, 패널, 모형, 시뮬레이션, 등으로 전시되고 있다. 3층에는 오사카성의 여러 가지 정보를 패널로 보여 주고 있고, 1층에서는 토요토미 히데요시와 오사카성에 관련된 영상을 일본어, 영어, 중국어, 한국어 자막으로 보여 주고 있다. 그의 일대기를 그린 패널 한 부분에 문득 눈길 꽂혔다. '1592년(文祿1) 1月 56歲 第1次 朝鮮出兵', 그것이 바로 임진왜란이었다. 그 이후 장장 7년 동안을 우리 민족들은 수많은 목숨을 바쳐야 했고 엄청난 재물을 약탈당하거나 불태워야 했다. 이순신 장군과 같은 걸출한 영웅이 없었더라면 그 고초와 고통은 언제 끝날지도 기약할 수 없는 일이었다. 1597년에는 '第2次 朝鮮出兵' 사실이 기록되어 있다. 정유재란을 말한 것이다. 그리고 1598년에는 조선에 있는 모든 장수들을 소환했다고 한다. 전쟁에서 패하여 돌아간 것을 말한다. 그렇듯이 토요토미 히데요시는 우리에게는 침략자요, 원수라 할 수 있다. 일본이 자랑하는 그 침략자의 생애를 내가 보고 있는 것이다. 작년에 오사카의 칙코중학교와 교류를 위해 오사카에 왔을 때, 학교에서 오사카를 안내하는 일정을 마련하면서 그 유명한 오사카성은 일정에 넣지 않았다. 오사카성을 보고 싶다고 했더니 신끼(信貴) 교장은, 조선의 침략자인 인물이 구축한 성이라 혹시 마음이 상할까 봐서 일정에 넣지 않았다고 하면서 미안하다고 했다. 우리에게 침략자인 것은 사실이지만 과거의 아픈 역사는 지금 모두 우리에게 교훈이 될 수 있지 않느냐, 우리의 우의를 통해서 그러한 역사를 극복해 나가야 되지 않겠느냐고 했더니, 흔쾌히 안내해 주겠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 오사카성을 돌아보면서, 토요토미 히데요시의 생애를 보면서 신끼 교장의 말대로 마음이 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픈 역사도 마음에 깊이 새길 때, 그것은 아픔만이 아닌 교훈이 되어 다른 모습으로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주장하고 있듯 지금도 침략의 근성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일본이다. 그리할수록 우리는 그들과의 지난 역사를 되새겨 보는 일에도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다. 오늘 두 번째로 오사카성을 돌아보는 감회도 다르지 않다. 아름다운 풍경은 감상을 하되, 아픈 역사만은 잊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사카성 곳곳의 안내판에는 자국어와 함께 한글을 병기하고 있고, 각종 안내 팜플렛도 한글판을 발행하고 있다. 매표소의 안내원도 한국인 출신으로 능숙한 한국어를 구사하고 있다. 한국 사람들이 많이 방문하기 때문에 그런 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그곳을 찾던 시간에 서울의 어느 여고 학생들도 수학여행을 와 있었다. 좋은 경치 앞에서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었다. 모두 무엇을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이웃 나라의 아름다운 풍정을 감상도 하고 이해도 잘하는 것이 바로 견문을 넓히는 일이다. 그러나 우리의 역사 속에 존재하는 이 아름다운 성의 주인공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가 하는 데 대해서만은 생각의 끈을 놓지 않았으면 좋겠다. 동해의 물은 오늘도 넓고 푸르다. 그러나 마냥 푸르고 있지 만은 않다. 그 바다에도 야욕이 숨어 있고, 대립의 갈등이 있다. 독도는 우리의 땅, 소중한 우리의 영토임을 잊어서는 안 될 일이다.(2007.5.19)   ** 이어지는 글 보기 섬사람 되어  살다 보니 실습선 승선기Ⅰ 교토의 고적지를 가다 다시 간 오사카성 바람아 불지 마라 실습선 승선기Ⅱ